오렌지색으로 일렁이는 운하의 도시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다시 여행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운하와 오렌지색으로 일렁이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그러하다. 도시 전체가 한 폭의 그림같은 암스테르담에서 꼭 경험해야 할 여행자들의 to-do 리스트
에디터 우지경 사진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의 공기에는 언제나 자유와 활기가 떠다닌다. 지난 4월 27일 열린 ‘킹스데이’ 축제를 기점으로 그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1885년 8월 당시 왕위 계승자였던 빌헬미나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된 킹스데이의 시작은 본래 ‘퀸즈데이 (Queens Day)’가 먼저였다. 대대로 여왕만 왕위를 계승했기에 퀸즈데이 축제를 열었으나, 2013년에 빌럼 알렉산더르 왕이 즉위하면서 킹스데이로 이름을 바꾸고 왕의 생일인 4월 27일로 날짜도 변경했다. 킹스데이 전날인 ‘킹스나이트(King’s Night)’부터 축제 분위기로 도시가 들썩인다. 축제의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운하. 물 위에는 주황색으로 장식한 보트가 떠다니고 운하 위 다리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도시의 모든 광장과 거리에서 파티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온통 오렌지색으로 치장한 현지인과 여행자가 한데 어울려 춤을 춘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구경도 즐겁다. 축제의 여운이 남아 아쉽다면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서 신선한 맥주를 마시거나 85m 높이에서 시티 뷰를 즐길 수 있는 룩아웃 암스테르담의 스릴 넘치는 그네 ‘오버엣지 스윙’을 타며 마음을 달래보자. 반 고흐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 관람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동화 같은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Zaanse Schans
강가에 늘어선 풍차와 풀을 뜯는 양. 암스테르담에서 30분 정도 달리면 네덜란드 특유의 목가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잔세스칸스에 닿는다. 18세기에는 700개가 넘는 풍차가 있었던 풍차마을로 지금도 목조 가옥과 크고 작은 풍차들이 곳곳에 있는데다 마을 주민들이 나막신을 신고 생활하고 있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는 잔스 박물관부터 치즈 공장, 나막신 공장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잔스 박물관에 가면 풍차의 원리부터 그로 인한 산업 발달 과정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2층 전망대에서는 잔세스칸스의 풍광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 또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는 치즈 공장에서는 치즈와 우유도 맛볼 수 있고 나막신 공장에서는 나막신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알록달록한 빛깔을 뽐내는 나막신 구매도 가능하다.
100m 상공에서 그네를 타는 기분
룩아웃 암스테르담 Lookout Amsterdam
높은 곳에서 암스테르담의 전망을 눈에 담고 싶다면 룩아웃 암스테르담으로 가야 한다. 정유회사 쉘이 리모델링한 건물인 아담 타워 21층에 자리한 룩아웃 암스테르담은 85m 높이에서 360도 파노라마 시티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룩아웃 암스테르담의 명물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2인용 그네 ‘오버엣지 스윙’. 고공 액티비티를 즐기는 스릴 마니아라면 ‘오버엣지 스윙’에 도전해보자. 두 발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순간의 짜릿함은 물론이고 100m 높이 그네에 기대 앉아 바람을 가르며 암스테르담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와 룩아웃 암스테르담을 묶어서 관람할 계획이라면 록 더 시티(Rock the City) 패키지를 예약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록 더 시티에는 두 군데 입장료에 운하 크루즈까지 포함돼 있다.
비운의 천재 화가가 남긴 그림들
반 고흐 미술관 Vincent Van Gogh Museum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명작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이다. 1973년 화가의 동생 테오도르 반 고흐가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기증하며 설립되었다. 반 고흐 미술관에는 ‘자화상’, ‘해바라기’, ‘꽃피는 아몬드 나무’, ‘까마귀 나는 밀밭’을 비롯한 회화 작품 200여 점, 소묘 작품 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중 고흐가 생전에 판매한 그림은 ‘붉은 포도밭’ 딱 한 점뿐이었다. 29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흐는 화방을 운영하던 동생 테오에 게 그림을 주고 생활비를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미술관에는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등 그의 기록이 담긴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기념품 숍에는 고흐 그림을 활용한 아름다운 소품이 가득하고, 미술관 카페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가벼운 식사도 즐길 수 있다.
하이네켄 맥주의 모든 것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 Heineken Experience
세계인이 사랑하는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체험관으로 벽돌로 지은 옛 양조장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다. 외관은 고풍스럽지만 내부는 매우 현대적이다. 하이네켄 투어에 참여하면 하이네켄 맥주 탄생과 역사부터 시작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발효실, 체험실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하이네켄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하게 된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중간중간 맥주 시음도 할 수 있는데, 옛 양조장 건물에서 마시는 생맥주 맛이 끝내준다. ‘맥주는 양조장 굴뚝 아래서 마실 때 제일 맛있다’는 독일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VIP 투어에 참여하면 하이네켄 역사상 주요 인물을 콘셉트로 스타일링한 히든 바에서 5가지 프리미엄 맥주를 시음할 수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꼭 해봐야 할 To Do List
▒운하 크루즈 Canal Cruise
암스테르담의 상징인 운하가 개설된 지는 400년이 넘었다.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운하 크루즈를 타고 암스테르담을 둘러보자. 배를 타고 편안히 앉아 중앙역부터 안네 프랑크의 집, 국립미술관 등의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르네상스풍의 좁은 집들과 수상가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플리마켓 Flea Market
킹스데이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구경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일 년에 단 한 번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거리에서 물건 판매를 허용하는 날이기에 현지인들도 벼룩시장에서 보물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지게된다.
▒ 더 할렌 De Hallen
트램 차고를 리모델링한 힙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아트 갤러리와 감각적인 상점, 시립 도서관 등이 암스테르담 서부의 더 할렌 안에 모여 있다. 그중 ‘푸드 할렌’은 다양한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푸드코트로 원하는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어 가벼운 점심 식사를 즐기기 제격이다.
▒ 싱헐 꽃시장 Singel Bloemen Markt
19세기 암스테르담 근교 화훼업자들이 싱헐 운하를 따라 배로 모종을 운반하며 형성된 유서 깊은 꽃시장이다. 운하 옆 꽃집마다 형형색색의 튤립이 가득하다. 구근은 물론 각종 기념품과 마리화나 재배 키트까지 판다.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동안 예쁜 튤립을 사서 숙소에 꽂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