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뮤즈가 된 도시는 위대한 작품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며, 그 도시에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예술가와 사랑에 빠진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영감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인상파의 대가로 불린 클로드 모네가 사랑했던 도시, 지베르니로 떠나는 여행.
에디터 송주영
파리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를 타고 50분. 베르농 지베르니역에 도착해 셔틀버스를 타고 조금 더 이동하면 인상파의 대가 모네가 반평생을 바친 지베르니 마을에 도착한다. 프랑스 파리 출신의 화가 오스카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는 소년 시절 영국의 항구도시인 르아브르에서 화가 외젠 부댕과 요한 바르톨드 용킨트를 만나 화법의 기초를 다졌다. 특히 용킨트로부터 대기 중의 빛을 포착하는 기법을 익히기도 해, 그를 가리켜 자신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전수한 거장이라 표현했다. 1860년 알제리 주둔지에서 군 복무를 하기도 했으나, 곧 파리로 다시 돌아온 그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역동적인 자신의 예술 세계를 더욱 확장해나갔다. 1870년 모델이자 애인이었던 카미유와 결혼해 파리 근교의 아르장퇴유에 집을 마련했다. 3년 뒤 무명예술가협회를 조직해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린 그는 이후 여러 번의 전시를 통해 인상파의 화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지베르니에 반해 1883년 그곳으로 이주했다. 남은 평생토록 지베르니는 모네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포플러 나무’, ‘수련’ 등 연작의 배경이 되었다. 직접 가꾼 집과 정원에 스며든 빛은 그의 뮤즈인 동시에 점점 시력을 잃게 만드는 독이었다. 1926년 모네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지베르니에서 8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모네의 가족이 잠든 곳, 생트 라드공드 교회
11세기에 설립된 생트 라드공드 교회는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에 따라 고풍스럽게 지어진 지베르니의 명소다. 모네의 이름을 딴 클로드 모네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모네의 집과 정원을 함께 들르기 좋다. 빛바랜 회색 벽돌의 건물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등 유럽의 다른 교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장식적 요소는 두드러지지 않는 대신, 아치형 창문 세 개가 간결한 건물의 인상 을 완성한다. 튀링기아의 공주이자 프랑크 왕 클로타르 1세의 왕비였던 라드공드는 프랑스 최초의 수녀원인 푸아티에 생트 크루아 수도원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를 비롯한 다양한 성인들의 조각상이 예배당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14세기와 16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토록 유서 깊은 교회의 뒷 마당에는 클로드 모네와 그의 가족들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꽃이 만발한 집과 정원을 옮겨놓은 듯한 화단으로 둘러싸인 묘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집합소,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
프랑스 인상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모네가 사랑한 도시 지베르니에는 그를 비롯한 다양한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인상파 미술관이 있다. 1992년 설립된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은 처음에는 ‘아메리캥 지베르니 미술관(Musée d'art américain Giverny)’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초반만 해도 19~20세기 미국 출신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한 이곳은 2009년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꿔 클로드 모네의 작품은 물론 프랑스 및 세계 각국의 화가 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바깥의 정원 은 다채로운 꽃들로 꾸며져 미술관 내부를 감상한 이후 함께 둘러보기 좋다.
환상적인 빛과의 동행, 모네의 정원
“기쁘다. 지베르니는 나에게 환상적인 나라다.” 환상의 나라 지베르니에서 집과 정원을 가꾸며 빛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모네. 지베르니의 다양한 장소 중에서도 정원은 그의 예술 세계가 오롯이 집약된 곳이다. 1839년 모네는 정원을 넓히기 위해 대지를 구매했다. 그곳에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어 ‘물의 정원’이라 불렀다. 연못 위로는 집과 같은 초록색으로 칠한 일본풍의 다리를 놓았는데,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풍경은 모네의 대표작 ‘수련’의 배경이 되었다. 250여 점의 연작으로 제작된 ‘수련’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른 인상을 포착한 작품이다. 항상 빛을 보며 작업했던 모네는 지병인 백내장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는데, 말년에 그린 ‘수련’ 작품에서는 보다 추상적이고 단순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수련뿐만 아니라 대나무, 모란, 수양버들 등 다양한 조경이 두드러지는 모네의 정원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집과 마찬가지로 겨울 동안 재정비 기간을 거쳐 2022년 4월 1일 재오픈 예정이다.
인상파 대가의 안식처, 모네의 집
지베르니에 위치한 모네의 집은 모네가 1883년부터 여생을 보내며 직접 가꾼 곳이다. 현재 클로드 모네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곳은 모네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며 집이 잘 정돈되어 있다. 집으로 이어지는 작은 정원에 심어진 다양한 꽃과 식물이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한다. 초록색 문과 계단이 인상적인 집 내부로 들어서면 모네의 다양한 작품이 걸려 있는 응접실이 등장한다. 이후 이어지는 블루 살롱이나 작업실에서는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일본풍의 소품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2층에는 모네와 그의 가족이 실제로 사용한 가구로 채워진 침실이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모네와 동시대를 살아간 세잔, 르누아르 등의 모작이 함께 전시돼 있다. 마지막에는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벽을 따라 둘러 있는 꽤 큰 규모의 기념품 숍에 다다르게 되는데, 엽서, 마그넷, 펜 등 모네의 작품으로 디자인된 다양한 종류의 굿즈를 만나볼 수 있다.
<지베르니에서 꼭 해봐야 할 To Do List>
프티 트레인 LE PETIT TRAIN GIVERNON
모네의 집과 정원이 위치한 지베르니 마을은 기차역과 거리가 있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중 좌우가 뚫려 있어 가는 내내 지베르니의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프티 트레인을 추천한다. 티켓은 기차역 매표소 혹은 프티 트레인 기사로부터 구입할 수 있다.
▒ 가격 왕복 8유로
에폭 투어 EPOK'TOUR GIVERNY
19세기 말 당시 의복을 입은 가이드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지베르니 투어. 가이드는 지베르니의 한 호텔에 고용된 하녀로 분해 모네와 지베르니에 얽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투어를 제공한다.
에어쇼 열기구 AIRSHOW
프랑스 열기구 투어 회사 에어쇼는 지베르니 상공에서 센 강, 모네의 집과 정원 등 다양한 명소를 내려다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출과 일몰 사이 하루 총 3회 중 원하는 시간대의 열기구에 탑승할 수 있다.
▒ 가격 179~209유로(프로모션에 따라 가격 변동).
글라세 메종 아이스크림 GLACES MAISON ICE CREAM
30년 넘게 지베르니를 맴도는 아이스크림 트럭, 글라세 메종(Glaces Maison). 트럭이 서는 위치는 매번 바뀌지만 지베르니 마을이 그리 크지 않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맛 중에서도 가장 인기는 사과 소르베 맛. 쫀득한 젤라토의 식감과 상큼한 사과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